교실이야기

첫만남, 첫수업 이렇게 하고 있어요

ol슬 2022. 5. 17. 11:35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 '첫인상'이라고 하는 게 참 중요하죠.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을 함께 할 국어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학생들이 어떤 친구들인지를 알아가는 첫만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해 수업의 분위기와 방향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10여년 간 첫수업을 그려보고 진행하면서 저만의 패턴이 생겼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첫수업 소개해 볼게요.

 

 

 

 

그림책 읽어주기

 

중학생쯤 되면 누군가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들을 일이 거의 없죠. 제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으로 수업의 문을 열곤 합니다. 예사롭지 않은 시작이기 때문에 이후에 하는 말들을 훨씬 귀기울여 듣더라고요. 처음에는 중학생에게 너무 유치한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매년 읽어주다보니 기대 이상으로 집중합니다.

 

어떤 친구들은 첫수업에서 읽어주었던 책을 헤어지고 나서도 기억할 때도 있어요. 오랜만에 학교에 놀러와서 "선생님, 그때 그 책 읽어주셨잖아요."라고 하면서 함께 추억여행을 하곤 하죠.

 

요즘은 그림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그림책을 더 깊이 연구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추천하시는 책들도 많습니다. 제가 읽어주었던 책 몇 가지 소개해 볼게요.

 

 

 

<점>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하는 약속을 담아 이야기합니다. 나는 너희들이 찍은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할테니 너희는 너희들의 '점'과 '이름'을 국어시간에 나눠달라고요. <까마귀소년>도 마찬가지예요.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그 강점들을 오롯이 꺼낼 수 있는 국어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은 '존재의 소중함'입니다. 내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까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고요. 나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은 너도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2020년에 알게된 그림책인데 보는 순간 반해버려서 수업시간에 학생들과도 나누었습니다. 당신은 빛나고 있으며, 함께 하는 우리 모두가 빛나고 있다는 그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요. 다름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그림책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1-2-3매직 소개

 

1-2-3매직은 행복교실에서 알게 되었어요. 정유진 선생님이 우리나라에 소개하신 건데, 교사와 부모를 위한 1-2-3매직 책이 있고, 영광스럽게도 제가 청소년 편 번역하는 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정에서도 교실에서도 1-2-3매직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어요. '화침행말(화나면 침묵하고 행복하면 말하라)', '사춘기는 축복입니다' 등 저의 지침아닌 지침이 되는 내용이 대부분 1-2-3매직에서 배웠네요. 

 

수업시간 교실에 존재하는 교사와 학생의 목적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필요한 배움을 만들어가는 것이겠죠. 그것을 위해 우리는 1-2-3매직을 선택합니다. 관계가 상하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요. 필요하면 타임아웃도 하게 될 텐데 그것은 벌이 아니라 수업으로 초대하기 위한 것이라고요. 

 

이런 내용을 첫시간에 학생들에게 설명합니다. 그다음부터 혹시 1-2-3매직의 카운팅을 써야할 순간이 있다면 짧게 "첫시간에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지?"하고 시작하면 돼요.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라면 짧게 다시 설명해주고요. 

 

1-2-3매직은 정말 마법같이 저의 교실을 바꾸었습니다. 카운팅을 쓰지 못할 때? 이미 제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거나 그 친구의 이름을 모를 때였어요. 1-2-3매직과 카운팅 덕분에 수업분위기 조성이나 생활지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어수업지원단 모집

 

교과반장이나 수업도우미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죠. 저는 '국어수업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도와줄 학생을 학급마다 1~3명 정도 선발합니다. 하는 일은 수업시간 전에 와서 수업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에요. 수업준비물을 미리 챙긴다든가 교과서, 학습지를 걷어오고 나눠주는 일 등등이요. 

 

사실 거의 봉사직인 거죠. 고마운 마음은 달달한 간식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지원단 친구들이 애써주는 것에 비하면 부족해요. 국어선생님과 좀더 가까운 관계를 만들고 싶은 학생들이 도와달라고 하면 다행히 없지는 않아서 매년 진행중입니다.

 

 

 

 

이밖에도 그 해 괜찮다 생각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저의 스타일로 모아모아 첫만남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중학교 1학년은 괜찮지만 2학년이나 3학년의 경우에는 중간고사 진도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첫만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이후 수업의 방향이 정해지더라고요.

 

오늘 소개한 세 가지 외에도 국어공책 이름 정하기나 국어학습지철 표지 만들기, 우리가 원하는 우리반 등을 첫만남 프로젝트에서 진행합니다. 이 활동도 하나씩 소개하도록 할게요.

 

좋은 관계맺음으로 시작하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습니다. 훨씬 잘 따라와요. 그래서 앞으로도 첫만남 프로젝트는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 첫만남 프로젝트는 저의 사부님이신 사람과교육연구소 정유진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더욱 정교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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